2014년 9월 2일

어머니의 진정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3대혁명소조원들의 모임이 끝났다.모두가 술렁거리며 회의실을 나서건만 한 처녀소조원만은 의자에 앉아 옴짝할줄 몰랐다.소조책임자 김송미였다.

방금전 모임에서 홍성희초급당비서가 하던 말이 아직도 귀전에 쟁쟁히 들려왔다.

(소조가 잠에서 깨지 못했다고? 시대에 따라서지 못한다고?…)

좀처럼 가슴에 맺혀 내려가지 않았다.억울하다고 할 정도로 감수하기조차 힘들었다.

송미가 공장에서 3대혁명소조원으로 사업해온지는 몇년 잘된다.그 기간에 이룩한 성과는 자기자신도 믿기 어려울만치 컸다.수많은 창의고안증서들과 과학기술성과등록증들을 보며 송미는 생각했다.얼마 남지 않은 소조생활기간을 떳떳이 총화할수 있게 되였다고.

그 긍지와 자부가 새로 온 초급당비서의 출현으로 졸지에 허물어지게 될줄이야…

사실 그가 처음으로 여는 모임이여서 송미를 비롯한 소조원들의 기대는 무척 컸었다.

어떤 과업을 맡겨줄가 하는 생각과 함께 소조가 이룩한 성과들에 대한 평가도 은근히 기대했던 송미였다.

그런데 칭찬은커녕 추궁만 받고보니 어디 가서 실컷 울고싶은 심정이였다.

더우기 마음을 허빈것은 모임을 끝내며 초급당비서가 내린《명령》이였다.

소조원들이 직장,작업반들에 나가 로동자들과 함께 일하라는것,현실에 들어가 배우면서 새로운 기술혁신종자들을 골라잡으라는것.

송미는 저도모르게 한숨을 내쉬였다.그는 자리에서 무겁게 일어났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3대혁명소조원들은 늘 들끓는 생산현장에서 로동자,기술자들과 일도 같이하고 기름냄새도 맡으면서 그들에게서 허심하게 배우고 이신작칙의 모범으로 군중을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현장생활에 몸을 잠근다는것이 헐치 않았다.

콩을 선별하는 일은 그런대로 일없었지만 벨트콘베아가 고장나면 허리가 늘씬할 정도로 콩마대를 져나르군 하였다.

일도 힘들었지만 보다 참기 어려운것은 소조원들이 구실을 못해서 현장에 나왔다는 말이 나돌고있는것이였다.

소조원들속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생산로동을 하자고 공장에 왔는가고 볼부은 소리를 하는 소조원도 있었고 이제는 기술혁신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시키는 일이나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동무도 있었다.

그때마다 송미는 새 초급당비서가 아직 소조생활을 잘 몰라서 그럴것이라고,언젠가는 자기들을 리해할 때가 있을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달래며 소조원들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이였다.

작업현장으로 들어서던 송미는 반장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

방금전에 초급당비서가 왔댔다고 하면서 소조원들의 출근시간이 늦다고 질책하고 갔다는것이였다.

불쑥 전날 저녁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밤깊어 퇴근을 서두르는 송미,소조사무실로 들어서는 초급당비서,소조원들이 좀전에 퇴근했다고 말을 얼버무리는 송미를 바라보며 안색을 흐리는 초급당비서,청년들은 밤이 열둘이라도 할 일은 해제끼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하며 방을 나서는 초급당비서…

송미의 마음은 착잡했다.

자기들을 위해서 그러는것이라고 좋게만 생각하려 해도 고까운 감정만은 지워지지 않았다.

(우리야 소조가 아닌가.더군다나 태반이 처녀들인데 그쯤한것도 리해 못할가?)

종일토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저녁늦게까지 작업을 마무리한 송미는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초급당비서의 방으로 향했다.그 기간의 사업정형을 보고하고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토의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내민 보고서며 계획서들을 받아본 초급당비서가 이런 말을 하는것이였다.

《어째서 소조원들을 현장에 내려보냈는지 송미동무는 잘 모르는것 같구만.아직도 기름냄새가 덜 나.》

예견했던바대로 또 꾸지람이였다.송미딴에는 많이 연구하고 세운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퉁을 맞을줄이야.

그런데 초급당비서의 다음말이 송미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래일 소조원들의 시내견학을 준비하라는것이였다.

(갑자기 견학이라니?)

송미는 의문을 안고 방을 나섰다.

다음날 송미와 소조원들은 초급당비서며 일군들,기술자들과 함께 평양시안의 여러 공장들을 돌아보았다.

절세위인들의 령도업적이 깃들어있는 공장들이였다.

깨끗하게 꾸려진 일터들,현대화된 생산공정들마다에서 쏟아져나오는 갖가지 새로운 제품들.

송미며 소조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생각되는바도 많았다.

공장에 돌아온 송미는 새로운 눈으로 작업현장들을 돌아보았다.작업장들마다에서 손로동의 흔적들이 그의 눈앞에 안겨들었다.

그전에는 별치 않게만 여겼던 현상들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지나온 기술혁신의 나날들이 떠올랐다.

현실의 절박성을 외면한채 제나름으로 걸어온 《창조의 나날》들이였다.

자책감이 갈마들었다.소조원들과의 협의끝에 계획서를 다시 세웠다.

그는 자기가 일하는 정선작업반의 벨트콘베아를 개조하기로 마음먹었다.

새롭게 개조한 벨트콘베아를 보며 현장의 로동자들이 좋아했다.

다른 소조원들도 현실적인 착상들을 내놓아 현장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만나는 사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특한 청년들,보배들이라며…

현장의 속보판들에 《우리 소조원》이라는 고정표제가 새로 생겼다.소조원들을 자랑하는 소식들이 앞을 다투어 나붙었다.

소조원 박철이가 채불기계를 착상하였을 때였다.

설계가 끝나고 설비를 제작하자고 하니 걸리는 문제가 많았다.어떤 소조원들은 공장에 제기해서 해결받자고 하였다.

송미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어떻게 하나 우리 힘으로 해보자요.》

결심하고 달라붙었으나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방도를 모색하며 속을 썩이고있던 어느날,뜻밖에도 기사장을 비롯한 공장의 일군들과 기술자들,기능공들이 설비제작에 필요한 자재들을 가지고 소조원들이 일하는 작업장으로 들어서는것이였다.

영문을 몰라하는 송미에게 기사장은 말했다.

《동무들이 설비제작에서 애먹는 문제도 모르고있었으니…우릴 용서하오.초급당비서동무에게서 동무들 사정을 알고서야 정신을 차렸소.》

그리고는 설비제작에 달라붙는것이였다.송미의 눈가에도,소조원들의 눈가에도 뜨거운것이 고여올랐다.

온 공장의 관심속에 채불기계는 짧은 기간에 완성되였다.

공장의 일군들과 종업원들모두가 제일처럼 기뻐하며 소조원들을 축하해주었다.

그들과 함께 기쁨에 겨워있던 송미는 작업장출입구에 미소를 짓고 서있는 초급당비서를 보았다.

불현듯 그의 눈앞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학교시절 어쩌다 4점을 맞고 들어온 딸이였지만 그리도 분해하며 매를 안기던 어머니,딸과 함께 문제를 풀며 밤새 잠 못 들던 어머니의 모습이…

송미와 소조원들에게 다가온 홍성희초급당비서는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현실을 떠난 기술혁신이 어디에 필요하겠어요.그건 한갖 개인의 명예를 위한 사치품에 지나지 않아요.우리 언제나 명심하자요.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하신 어버이장군님의 명언을 가슴에 간직하고 공장을 멋쟁이공장으로 꾸려나가자요.》

요즈음 송미는 소조원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군 한다.

땀흘리며 일해도,밤을 새워가며 연구를 해도 피곤을 모른다.좀 쉬라고 하면 오히려 《우리 작업반이 앞장서게 해야지요.》하며 열정을 쏟아붓는것이다.

소조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우리 작업반,우리 직장,우리 공장이라는 창조의 넓은 마당에 뛰여든 그들,

지난 시기에 비해 기술혁신성과들도 많다.기발한 착상들이 련이어 쏟아져나오고 새 제품개발에서도 앞장에 선다.

영양가루생산공정의 PLC화실현,다시마세척기창안,도서관리프로그람개발…

지금에 와서 송미는 매정하게만 여겼던 초급당비서의 처사가 리해되였다.

그것은 사랑이였다.자식이 잘되길 바라는,자식의 성장에서 기쁨을 찾는 참된 어머니만이 들수 있는 아픈 매,고마운 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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