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일

그는 대지를 활보한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온 나라에 서로 돕고 이끄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미풍이 차넘치게 하여 우리 사회를 화목하고 단합된 일심단결의 대가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군사복무시절 자기 한몸을 서슴없이 내대여 혁명동지를 구원한 한 영예군인처녀가 수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과 정성에 떠받들려 다시 대지를 활보할수 있게 되였다.

얼마전 그는 뜻깊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의 날 자기의 발로 걸어서 찬성의 한표,충정의 한표를 바치였다.

혜련은 집문밖을 나섰다.눈부신 해빛이 그의 온몸을 어루쓸며 쏟아져내렸다.

한발자국 또 한발자국…

그는 선거장을 향해 발걸음을 떼였다.즐겁게 웃고 떠들며 선거장으로 가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도 이제는 마음껏 달음쳐갈수 있지만 혜련은 한걸음한걸음을 천천히 옮겨디디며 동구길에 나섰다.

얼마나 딛고싶었던 이 땅인가.제힘으로 걸을수 있다는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처녀는 눈길을 들어 가없이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따스한 해빛이 가득한 하늘가너머로 지나온 나날과 잊지 못할 정다운 모습들이 삼삼히 어려왔다.

군사복무시절 한몸을 서슴없이 내대여 위험에 처한 전우를 구원하던 일이며 척추를 심하게 다쳐 걸을수 없게 된 그가 선천군의 한 병원에서 한해가 넘도록 치료받던 일,그 나날 평범한 병사에 불과한 자기를 위해 알게모르게 기울여온 수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과 정…

문득 인정많은 박철종큰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아버지와 함께 일하던 그가 다른 곳으로 조동되여간지도 이제는 퍼그나 되여온다.그러나 혜련은 네해전의 그 겨울밤을 잊을수 없었다.

창밖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그날밤 어려운 수술을 끝마치고 입원실에 돌아온 혜련은 누군가의 인기척에 눈을 떴다.

침대곁에 어머니와 함께 웬 낯모를 사람이 앉아있었다.

《정신이 좀 드냐?힘든 수술을 용케 견디여냈구나.》

자기 손을 꼭 잡고서 살뜰하게 말하는 그 목소리는 왜서인지 혜련의 가슴을 뜨겁게 울려주었다.그 사람은 날이 샐무렵까지 침대곁을 뜨지 않았다.

다음날 혜련은 그가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일군이며 자기가 중요한 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에 접하고 그달음으로 수백리 눈길을 달려와 어머니와 함께 수술립회를 서고는 평양을 향해 다시 새벽길을 떠났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의 머리맡에 놓인 평양에서부터 안고온 닭곰단지에서는 아직도 더운 김이 피여오르고있었다.

혜련은 그때부터 멀리 떨어진 평양에서 때없이 찾아와 일이 바쁜 아버지를 대신하여 자기가 왔다고,아버지처럼 생각하고 무엇이든 다 이야기하라고 살뜰한 정을 부어주는 그를 큰아버지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침상에서 일어나 처음으로 걸음을 떼던 때에도 혜련의 곁에는 그가 있었다.

네번째 수술이 있은 뒤 어느날이였다.

혜련은 지팽이를 짚고 바닥에 내려섰다.두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줄지어 흘러내렸다.더는 견뎌낼것 같지 못했다.

이때 출입문쪽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려왔다.

《혜련아,힘을 내거라.너는 아직도 병사라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자,어서 나를 향해 발걸음을 크게 내짚어라.》

그 먼 평양에서 또다시 찾아온 큰아버지를 보는 순간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초인간적인 의지로 한걸음한걸음을 걸어 그의 넓은 가슴에 와락 안겼을 때 혜련은 끝내 어린애처럼 울음을 터치고야말았다.

고마운 사람은 그만이 아니였다.입원생활전기간 고심어린 사색과 탐구로 혜련에게 알맞는 수술방법을 찾아내고 큰 수술만도 다섯번이나 치르면서 언제나 다심한 정을 부어준 병원의 리경호과장을 비롯한 의사선생님들과 가족들 그리고 간호원 장영옥어머니,하루가 멀다하게 면회를 오던 이름도 주소도 모를 수많은 사람들…

병원문을 나선 후에는 또 어떠했던가.

어느해 봄날이였다.

오래간만에 밖으로 나와 지팽이에 의지하여 아빠트벽에 기대여섰던 그의 눈가에 멀리서 자기를 점도록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껴들었다.그는 말없이 집쪽으로 돌아섰다.그러나 혜련은 그들이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며 한시간전부터 걷기련습을 하는 자기 모습을 지켜보고있었다는것을 알수 없었다.

그날 저녁 김용철,김명학동무들은 사무실에 앉아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렴병철동무는 전사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만경대혁명학원을 졸업한 때부터 지금까지 오래동안 당을 충직하게 받들어온 훌륭한 사람입니다.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혜련이도 혁명전우를 위해 한몸을 서슴없이 내댄 장한 병사이고.우리가 혜련이를 위해 할수 있는것이 무엇일가요?》

《제 생각에는 그에게 자그마한 휴식터를 하나 마련해주는게 좋을것 같습니다.혜련이는 바깥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해빛도 충분히 쪼여야 하겠는데 거기에서 책도 읽고 쉬기도 하면 아빠트에 자주 오르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후 혜련의 집 가까이에는 아담하고 산뜻한 휴식터가 생겨났다.혜련은 걷기련습을 마음대로 할수 있고 늘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그곳이 참으로 좋았다.

이렇게 여러해가 지났다.

뜨거운 인간애로 불타는 고마운 손길들에 떠받들려 영예군인처녀는 침상에 눕게 된때로부터 다섯해만에 드디여 대지를 마음껏 활보할수 있게 되였다.

《혜련아,저기 선거장이 보이는구나.》

곁에 다가선 어머니의 이야기에 혜련은 생각에서 깨여났다.멀리로 《선거장》이라는 글발이 또렷하게 안겨왔다.이름못할 벅찬 격정이 가슴속에 차올랐다.

혜련은 힘있게 발을 내짚었다.

그것은 사랑과 정으로 아름다운 고마운 제도,고마운 품을 위해 그가 한생 쉬임없이 걷고걸을 충정의 발걸음,보답과 헌신의 발걸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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